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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해지기로 선택한다..
나의 이야기

엄마 생각..

by youngran 2010. 2. 11.

요 며칠 추억속으로 자꾸 들어가고 있다..

자주 새벽에 깨어서 그럴까?

엄니 생신날이 가까워서 그럴까?

참 고왔던 우리 엄니..

날 38에 낳았다며..

널 가졌을때 다들 왜 이 늦은 나이에 아기냐 그럴때

그냥 이 아이가 마지막 이로구나 그런생각이 드셨단다..

2남 3녀중 막내로 태어난 나는..가난한 집의 막내라서 별 하고 싶은것 하고 자라지는 못했다..

그래도 엄니 손수 늘 맛있는것을 만들어 주시느라 마음을 많이 쓰셨던것같다..

우리네 간식으로라야 미역 튀겨서 설탕 발라 먹는다던가..

도넛츠 만들어주신다던가 그런 사소한 것들이 다였지만..

아이 5명 먹여 살리신것만으로도 난 우리 엄니 대단한 분이라 생각을 한다..

 

아버지는 엄격하셨고 늘 집에 없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우리집에서 아버지의 권위가 항상 살아있었다..

엄니가 아버지에 대한 불평을 한걸 들어본 적이 없으므로..

 

나와 엄니와의 정겨운 기억은 내가 통영으로 영어 교사로 부임해 가고난 이후가 많다..

단 두사람만 같이 지냈기 때문이리라..

내 대학 3학년때 아버님 돌아가시고..

이젠 홀가분해진 엄니 늘 내려와 밥도 해주시고 오래 나랑 둘이서만 있다가 가셨다..

봄이면 같이 쑥캐러 가고..

여름엔 혼자서 들판으로 돌아다니시며 들꽃을 가지고 오셔서 물컵에 담아두시고..

가을이면 야산에 밤이 있구나 그러시면서 같이 가서 밤을 주어 오기도 했었던 아담한 정서까지 가지고 계신걸 보면..

마음적으로는 나도 엄마를 많이 닮은것같은데..

외모론 늘 난 엄니를 닮지 않은게 불만이었다..

언제나 참 고우셨던 우리 엄니..

 

꽃도 참 좋아하셨다..

우리집 마당엔 항상 국화와 채송화가 가득했던 기억을 하니까..

코스모스와 데이지 같은 들국화 죵류를 너무 좋아하셨다..

마음이 맑아 진다 그러셨다..

 

아버지 장례를 치러던 날 어느 알지 못하던 어느 여자분 아들을 달고 나타나셔서 많이 울다 가셨다..

엄마 저사람 누구야?

너그 작은엄마..

오잉?

그게 무슨말?

그래..이제사 말이지만 30년간 두집살람 하셨단다 너그 아버지가..

처음 알던날 양산 하나 손에 들고 집을 나섰다가 너그들 눈에 밟혀 다시 들어왔다..

우와..

이런일이..

난 아버지의 앙큼함과 엄니의 대범함에 놀랐다..

얼마나 속이 상하셨을텐데도 내색도 없이 그리 오래 견디셨는지..

과연 옛날 우리 어머니들은 다 이렇게 사셨을까?

생활력이 없으신것도 아니셨다..

늘 아프셨던 우리 아버지 대신에 우리들 다 먹여 살리신게 엄니인데..

작은 가게 하나가지고..

 

그런 엄니인데..

난 엄니 장례식도 못 가봤다..

3년전 뉴질랜드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을 다녀왔었다..

엄니가 많이 아프셨다..그때..

치매여서 막내인 나도 거의 기억을 못하셨다..

3주 병원에 같이 지내는 동안 날 보시더니 단 몇초 막내구나 그러셨다..

그러다 좀 좋아지셔서 난 다시 뉴질랜드로 돌아왔다..

그해 11월말에 엄니 돌아가시고 큰언니 내게 전화를 했는데..샤샤가 받았고..

언니는 샤샤가 한국말을 잘하니 할머니 돌아가셨다 전해라 그랬는데..

어찌된일인지 샤샤가 까맣게 잊어 버렸단다..

3일뒤 장을 다 치고 큰언니 화가 나서 전화를 했었다..

오지는 못해도 전화는 해야지..

이게 무슨..난 알지도 못했다 그랬다..

참 허망했던날..

그렇게 엄니를 보내고 나니 난 아직도 엄니를 다 보지내 못한것같다..

마지막을 보지 못해 늘 내 가슴에 살아있다..

꽃 상여 타고 나가시고 싶어 하셨던 울엄니..

언제가서 인사를 다시 드릴지..

구정이라 그러는데..

다들 식구들 만난다는데..

 

지금은 아래 사진에 있는 엄니보다 내 나이가 많다..

사는게 참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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