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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해지기로 선택한다..
가져 온 이야기

[스크랩] 놈들의 전쟁,<좋은놈나쁜놈이상한놈>

by youngran 2009. 3. 5.

 

 

드디어 오늘 영화 <놈놈놈>을 보았지.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서도 개봉한다고 한인사회에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라

보고싶은 마음 항상 그득했는데

책장에 꽂아놓은 책마냥 컴퓨터에 소장하고 나니

흐음, 언제든지 볼 수 있겠는걸~이라는 안일한 생각 속에

썩혀놓고 있던 작품을 오늘 보았던 게지.

놈놈놈이라~

거 제목 한 번 죽여주는 구나!

어떤 놈이 나온다는게지?

멋진 놈? 잘생긴 놈? 섹시한 놈? 것도 아님 돈많은 놈인겐가?

푸하하~ 속물 근성 가득한 워나로군..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라.

캬, 이놈저놈 많이도 나오는구라, 아이구 좋다, 에헤라디야~

뭐...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현상금 사냥꾼 정우성이 좋은 놈이겠지.

나름 독립운동가들쪽하고 사리살짝 연관이 있어뵈니...

나쁜 놈이라함은 돈만 준다면 살인 청부도 절대 마다치않는 이병헌일테고

이상한 놈은 당연히 남는 딱한사람.

굳이 영화를 보지 않아도 왠지 딱~~ 이 놈일 것같은 인물, 송강호였어, 물론,

영화를 보기 전, 왜였을까?

너무 단순한게 생각한 탓인지

나는 당연 정우성과 이병헌이 주된 인물일 것이라고 확신했어.

그런데 보면 볼 수록 극을 이끌어나가는 인물이 송강호라는 것에 놀랐어.

흐음... 멋진 놈들 받쳐주는 주연급 조연일 줄 알았던 이상한 놈이

멋진 놈들이 받쳐주고 있는 진짜 주연일 줄이야, 오, 서프라이즈~~!

 

 

 

먼저 좋은 놈, 박도원,  정우성!!!

진짜 멋지더라. 와우~ 내가 남자라면 저런 남자 되고 싶을 거야.

너무 잘생겼어~ (사심이 그득~ 우성아, 이리와, 안아주마~켈켈~)

 바바리코트 비스무리한 가죽 코트에 총구멍 하나 빵뚫린챙 넒은 모자

게다가 연사기능도 없고 무겁기만한 장총 고집하며 멋들어지게 말을 타며

한손으로 그 장총을 휙휙 돌리는 모습은~

캬~~~ 누가 봐도 그림이었지.

그래서 일까. 생각보다 얕은 비중의 그는

영화를 끝내고 난 다음에도 그다지 내 머릿속에 남아 있지 못한 놈이었어.

아주아주 멋진 그림을 위해 들어온 인물, 박도원.

내가 볼 때는...착한 놈이라기 보다는 열라 잘생긴놈..혹은 멋진 놈으로 보는 편이

아마도 극중 캐릭터에는 더 맞지 않을까.

 

악역 카리스마의 폭발, 박창이, 이병헌!!

언젠가, 아주 오래전 이병헌이 <내일은 사랑>이라는 청춘 드라마에 출연했을 때

나는 그를 망설임없이 웃음이 정말 매력적인 놈이라고 손꼽았었어.

하지만 이 영화에서 그는 진짜 나쁜 놈 같드구만.

일부러 살을 뺀 건지, 조금 핼쓱해보이는 볼따구니와

마치 일제시대 인텔리처럼 굳이 정장을 입은 모습은

그저 싸구려 총잡이, 혹은 저급한 악당이라기보다는

사악함으로 온몸은 감싼 그러면서도 지독하게 현실적인 나쁜 놈의 모습, 그 자체였다고 생각해.

비록 가차없이 사람을 죽이고 잔인한 행위를 일삼는 놈이지만

'최고가 누군지 알기 전까지 죽지말라'고 부하들에게 말하는 모습에서는

그 집단의 우두머리가 될 자격이 있음을, 그것이 단지 힘만이 아님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해.

나름 사연을 간직한 전형적인 악역의 모습을 아주 잘 그렸어.

미워할 수 없는 나쁜 놈, 하지만 결국엔 해피엔드, 혹은 권선징악.

그렇게 죽는구나, 이놈아!!

 

하하하, 웃음밖에 안나오는 이놈, 윤태구, 송강호!!

처음부터 계속 날 웃게 만들었어. 역시 이상한 놈이야.

아름다움을 통한 시선끌기에서는 정우성이, 카리스마에서 이병헌이

놈놈놈을 지탱하고 있다면

한국영화 특유의 코믹한 상황 연출과 웃음의 코드를 전해주는 것은 송강호였어.

<괴물>에서 역시 그는 단순하고 무지하고 능력없으며 정말 한심함의 극치를 달리는

그렇지만 딸을 향한 사랑만큼은 대단했던 아빠로 등장해서

영화 전반에 걸친 심각한 상황들 사이사이에 웃음을 유발하며 관객의 숨을 돌리게 했다면

<놈놈놈>에서도 역시 비슷한 느낌을 주는 인물로 보는 내내 날 유쾌하게 했어.

걷는 모습, 총알을 피하는 모습, 하다못해 말투까지 자칫

심각해지기만 할 영화를 간간히 환기시켜주는 정말 이상한 놈이었어.

그리고 난 그것은 송강호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

이 이상한 놈이 과거 나쁜 놈을 나쁘게 만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놈이라 할지라도

결국 이 이상한 놈은 마지막까지 그저 이상한 놈일 뿐이었어.

그리고 난 그것이 참 좋아.

 

영화를 보는 내내 참으로 압도적인 것은 광활한 대지와

마치 서부영화를 보는 듯한 총잡이들의 총격전이었지.

우리나라 영화같지 않은 상황의 설정이

조금은 낯설고 진짜 영화로군, 이런 생각을 갖게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 낯선 상황을 우리나라 역사에 교묘히 접목시킨 부분은

괜찮은 시도라고 생각해.

새로운 장르에의 도전은 언제나 환영받아야해.

'말도 안돼. 이건 뻥이야'라고 한다면

언제나 한국 영화는 멜로, 혹은 코메디, 아니면 머리를 산발한 귀신만 나와야할 걸.

어떤 이들은 화려한 캐스팅으로 시선을 끌었을 뿐이다, 라고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위한 장치로 배우들을 활용하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렇게 해서 새로운 길이 하나 열린 것이고

이제 이 다음에는 굳이 이런 화려한 캐스팅이 아니어도

사람들의 시선은 잡을 수 있겠지.

그게 바로 앞서가는 사람들이 감수해야하는 비난이기도 해.

괜찮은 영화였어, <놈놈놈>.

많은 놈들이 나와서 그런가~ 하하하

 

만약 내게 기억나는 장면이 무어냐고 꼽는다면....

그냥 아무 이유없이 박창이가 만길을 만신창이로 만드는 장면이라고 답하겠어.

절대 한 번에 죽이지 않고

마치...궁지로 몰듯... 그렇게 한 군데 한 군데 칼로 그어가며

절대 도망갈 수 없게 만들 거든.

사람을 두려움의 극치로 몰아가는 거야.

반격할 틈을 주는 듯하지만 칼을 휘드르면 휘드를 수록

돌아오는 것은 자신의 몸의 상처뿐이고

그리고 그 뒤에는 번뜩이는 악마의 눈이 있지.

포정하나 없이 마치 춤을 추듯, 예술을 하듯

그렇게 가운데 만길을 세워놓고 난도질하는 그 장면.

나는 그 장면에서 박창이의 진짜 악마같은 카리스마를 본 것같아.

그게 다야.

 

아아, 보길 잘했구나, 놈놈놈.

이거야말로 놈들의 전쟁이로세!  

 

출처 : 낙서하는 꼬맹이
글쓴이 : 워나 원글보기
메모 : 너무 글잘쓰셔서 가져갑니다..저도 한번보고싶은영화인데 아직 여긴안들어와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