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져 온 이야기

[스크랩] 나무/류시화

youngran 2011. 11. 19. 16:00

나 무 / 류 시 화     

나무는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그러나 굳이 바람이 불지 않아도 
그 가지와 뿌리는 은밀히 만나고 
눈을 감지 않아도 
그 머리는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있다. 

나무는 
서로의 앞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그러나 굳이 누가 와서 흔들지 않아도 
그 그리움은 저의 잎을 흔들고 
몸이 아프지 않아도 
그 생각은 서로에게 향해 있다. 

나무는 저 혼자 서 있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세상의 모든 새들이 날아와 나무에 앉을 때 
그 빛과 
그 어둠으로 
저 혼자 깊어지기 위해 나무는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출처 : Lysa`s nomad life
글쓴이 : Lys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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